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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

70년 전 분단시점에 머문 보수정부의 북한관

이은영 2022-04-18 조회수 336

70년 전 분단시점에 머문 보수정부의 북한관


[조경일 칼럼] ​​​​​​​김정은만 보는 북한, 우리는 북한을 너무 모른다. 안 그런가?
옛날 한 지인의 이야기를 듣고 충격을 받은 인상적인 장면이 있다. 그 동안 김정일이 죽기를 기도했는데 김정일이 정작 하루아침에 죽었다는 소식을 들으니 자신이 그 동안 기다렸던 소망이 달성됨과 동시에 자신의 목표를 상실한 것 같다는 이야기였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김정일이나 김정은이 죽으면 북한이 당장 열리거나 통일이 될 거라고 기대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 지금 당장 김정은이 급변사태로 죽어도 통일 같은 그런 일이 발생할 가능성이 낮다. 이는 우리가 얼마나 북한체제의 성격에 대해서 잘 모르고 있었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다.

나의 아주 주관적 기준으로 볼 때 북한은 대한민국이 외면하고 또 무시하고 있는 동안 정말 많이 변했다. 북한은 90년대 후반부터 ‘고난의 행군’ 시기를 지나면서 ‘김씨왕조’ 체제는 변한 것이 없지만 북한사회는 많이 변했다. 우리가 무관심해서 모를 뿐이다. 지금 북한 경제를 움직이는 것은 사회주의 배급체제가 아닌 시장논리다. 1990년대 중반부터 불어 닥친 ‘고난의 행군’ 식량 위기 때 북한의 배급체제는 물론 사회 전체적으로 복지와 경제체계가 완전히 무너졌다. 수십만 명이 아사했고 수백만 명이 뿔뿔이 흩어졌다. 그 중에서 한국을 안전지대라 믿고 찾아온 탈북민은 겨우 3만5천 명이 채 안 된다. 나머지는 여전히 중국을 비롯한 제3국에 흩어져 있고 더러는 소리 없이 죽어갔다.

2000년대를 지나며 어두운 터널에서 살아남은 북한 인민들은 생존하는 방법을 터득했다. 바로 장마당, 바로 시장이다. 오늘 날 북한의 시장은 한국 사회만큼이나 다른 방식으로 활발하다. 물론 북한 정권도 시장을 공식적으로 인정했다. 지금은 거의 모든 의식주가 시장 논리로 거래되고 있다. 북한의 정치는 몰라도 적어도 경제는 더 이상 사회주의적이지 않다. 자신들이 아무리 ‘김정은주의’를 주장한다고 해도 밑바닥 주민들의 삶은 이미 시장의 맛을 봤다. 정도의 차이일 뿐이다. 과거 중국이 수정사회주의로 전환했듯이 북한도 이제는 자의 반 타의 반 시장경제를 수용하는 길로 걷고 있다. 여전히 굶주리는 사람들이 많지만 분명한 것은 이전과는 다르다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2018년 4월 27일 오후 판문점 군사분계선위에 1953년생 소나무 공동식수를 마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보수정부의 북한 접근이 시험대에 올랐다. 공동사진기자단
​지금 북한인민들이 살아가는 방식과 체질이 바뀌었다. 배급보다는 시장에 의존한다. 하지만 여전히 식량생산량은 턱없이 부족하고 전반적인 생활필수품이 부족하다. 인구의 3분의 1이상이 여전히 만성 영양실조에 시달리고 있다. 그럼에도 북한사회 내부에는 비약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인민들의 주체사상 옹호와 정권에 대한 충성심은 낮아졌다. 이제 인민들은 시장에서 모든 삶을 해결한다. 정권에 대한 기대가 사라졌다. 물론 우리가 이해하는 시장주의(市場主義)와는 다르지만 인민들의 의존도가 시장에 있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북한식 시장인 셈이다. 미국이 수십 년간 북한을 바꾸려고 했지만 결국 북한은 바뀌지 않았다. 북한은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스스로 바뀌고 있다. 다만 우리가 직시하지 못할 뿐이다.

지금 북한의 기축통화는 중국화폐인 인민폐(人民幣)다. 북한정부 당국이 공식적으로 지정한 것은 아니지만 시장이 인민폐를 기본 거래화폐로 쓰고 있다. 물론 달러는 최고의 저축 수단이다. 현지화폐인 조선돈은 가치가 없다. 인민폐와 함께 쓰기는 하지만 저축으로서의 가치를 상실했다. 북한인민들은 지난 2009년 화폐개혁을 통해 깨달았다. 조선돈은 저축의 가치가 없다는 사실을. 시장에서 거래되는 상품의 80~90%는 중국산이다. 요즘은 한국산 제품도 버젓이 거래되고 모두가 선호하는 제품이다. 미국과 대한민국이 북한을 바꾸겠다고, 또 길들이겠다고 시간을 끄는 동안 중국제품이 북한시장을 잠식했다. 북한사회는 중국제품으로 침식됐다. 북한이 어려움에 손 내밀 때 그 손을 잡아 준 곳이 중국이었다. 아쉽다. 중국산 대신 한국산 제품들이 북한 시장을 가득 채웠으면 어땠을까 하는 부질없는 상상도 해본다. 한국제품이 북한의 시장을 가득 채웠다면, 북한 정권은 바뀌지 않았으나 북한 인민들의 생각은 우리의 기대처럼 바뀌었을 가능성이 크다.

우리는 북한을 바라볼 때 북한체제와 집권자들만 바라보는 경향이 강하다. 그래서 북한의 변화를 제대로 보지 못하는 것 같다. 체제와 집권자가 그대로이니 북한사회도 변한 게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래서 북한인민들의 생각과 정서, 그리고 삶의 양식과 사고가 바뀌었다는 것을 간과하고 있다. 개성공단에 입주했던 우리 기업 사람들의 경험을 조금만 집중해서 들어보면 우리가 기존에 알고 있던 북한에 대한 이미지와 얼마나 다른 지 알 수 있다. 최근에 탈북해서 나오는 탈북민들의 이야기를 들어봐도 북한 내부는 놀라울 정도로 변했다는 걸 확인 할 수 있다. 한국은 북한을 너무 모른다. 우선 관심이 없고 굳이 알려고도 하지 않는다. 그래서 대북정책과 통일정책은 여전히 30년쯤 이전에 머물러 있다. 물론 보수정부는 70년 전 분단시점에 머물러 있다.

‘북한’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무엇이 떠오르는가? 아마 김정은, 핵무기, 미사일, 독재 등의 단어만 나열될 것이다. 그렇다. 북한 정권만 머릿속에 상상이 될 뿐 북한사람들이 어떻게 살아가는지는 아마 그림이 그려지지 않을 것이다. 그것이 오늘날까지 우리 사회가 북한을 바라보았던 관점이었다. 북한, 이제 다시 바라보자. 북한사회를 있는 그대로 바라볼 때에야 우리는 진정 우리가 앞으로 해야 할 일을 제대로 알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여전히 북한사람들이 그저 세뇌 당하고 있다는 정도만 알뿐이다. 이것도 많이 아는 것이다. 북한은 스스로 고립을 자처했지만 알고 보면 우리도 꽉 닫고 있다.

 * 작가/통일코리아협동조합 이사

출처 : 뉴스프리존(http://www.newsfreezon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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